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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칼럼] 사건과 현상을 읽는 법,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법

  • 날짜 2020.06.09
  • 조회수 3,035

■ 현상(現象), 본질(本質) 그리고 시각(視角), 사실(事實)

 

현상 -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사물의 모양과 상태, 본질이나 객체의 외면에 나타나는 상태
본질 -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 실존에 상대되는 말로 어떤 존재에 관해 ‘그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성질
시각 -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기본적인 자세
사실 -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세상에는 수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사회적 변화가 일어난다. 사건과 사람에 대한 말과 글들이 넘쳐난다. 특히 요즘은 말과 글을 전달하는 수단이 많아졌고, 그 전파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져서 말과 글로 인한 혼란이 넘치다 못해 그것들에 묻혀 죽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현대인, 특히 법률가로서 살아가는 이들은 사건과 현상을 접하고, 그와 관련된 말과 글을 마주하게 되며, 매일 · 매 순간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일까, 무엇을 보아야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글쓴이도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타인의 말과 글로부터 기인하는 오류를 제거하기 위해 ‘말과 글이 주는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특히 법률가 – 글쓴이는 ‘과거에 있었던 일 또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기초하여 당사자의 권리 내지는 법적 관계를 판단해야 하는 이를 법률가’라고 본다. –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떠한 방법으로 당해 사건이나 사회적 현상을 바라봐야 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 이와 같은 생각을 해야 만 ‘말과 글’, ‘사건과 사람’의 산을 먼저 넘을 수 있고, 이로부터 연유한 각각의 사실 또는 현상 너머(Beyond)에 있는 본질에 다다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사실과 현상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

아래는 글쓴이가 말과 글, 사건과 사람의 산을 넘어 사실과 현상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1. 말과 글은 말하는 이[이하, 화자(話者)]와 글을 쓰는 이[이하, 필자(筆者)]의 시각이나 입장이 반영된다. 즉 말과 글은 화자나 필자가 듣는 이[이하 청자(聽者)]나 읽는 이[이하 독자(讀者)]에게 어떤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 자산의 의도, 목적이 숨겨져 있거나 표현되어 있다. 따라서, 화자나 필자의 의도를 말이나 글에서 걸러내야(filtering) 한다. 이는 객관적이라고 하는 이의 말에도 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2. 말과 글에는 화자나 필자의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억울함과 분노에서 놓여나지 못한 화자나 필자는 사실이나 경과를 자기중심으로 재편집·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은 명예에 집착하는 이들에게도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대화 또는 글을 읽을 때 화자나 필자의 감정을 잘 파악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3. 말과 글에는 시대상황이나 조류 또는 시대정신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글을 읽음에 있어 전혀 이해가 되지 아니하거나 생경한 내용인 경우에는 필자가 살았던(살고 있는) 시대와 지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고, 그 지역의 문화나 종교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역사와 문화, 철학, 인문학 등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말과 글에는 소위 절대(絶對) 선(善), ‘보편적 선함에 대한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즉, 인간의 존엄, 평화, 자유, 생명 존중, 교양인, 문화인, 과학적임, 이성적임 등과 같은 명제나 현상은 지역,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이들에게 지배적 이념, 사상, 문화로서 받아들여져 있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말과 글에 배여 있다. 이 것들은 우리 몸의 작동 메커니즘에 비유하자면 마치 무의식 내지 자율신경과 같은 역할하고, 화자나 필자는 물론 청자나 독자에게도 체화(體化)되어 있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것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왜곡은 발견하기 매우 어렵고, 그래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상을 적용하는 방법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2가지 사안에 대한 글을 글쓴이의 방법으로 정리한 것을 참고로 덧붙인다. 
※    원문은 스스로가 매우 객관적이라고 자임하는 매체의 기사를 그대로 옮긴 것임을 밝히고, 모두 공지의 사실에 해당해서 실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원문 1]
금 의원이 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지자, 2019년 12월 더불어민주당 당원 500여 명이 당론을 거슬러 해당행위를 했다며 금 의원을 징계하라고 청원을 냈고,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금 의원에게 2020년 5월 25일 당론 위배 행위를 했다며 경고 징계를 내리고 28일에 통보한 사실이 6월 2일 드러났다. 

[글쓴이가 판단을 위해 정리한 사실관계] 
금태섭 전 의원은 2019. 12. 30.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법안 표결에서 기권을 했다. 이와 관련하여 2020. 2. 11. 민주당 서울 강서갑(금 전 의원 지역구) 당원 500여 명은 민주당에 징계 청원을 했고,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5. 25. 금 전 의원에 대하여 ‘당규 제7호 윤리심판원규정’ 제14조(징계의 사유와 시효) 제1항 제2호[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경고처분’을 했고, 위 결정은 5. 28. 금 전 의원에게 통보되었다. 


[원문 2]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Derek Chauvin)이 비무장·비저항 상태의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를 체포하던 중 8분 46초 동안 무릎으로 목을 눌러 질식사시킨 과잉진압 및 살인 사건이다. 이 과정이 그대로 영상에 담겨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고, 현재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추모 시위와 폭동이 벌어지는 중이며 경찰도 이를 강경진압으로 대응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글쓴이가 판단을 위해 정리한 사실관계]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 경찰인 데릭 쇼빈(Derek Chauvin)은 2020. 5. 25. 편의점에서 20달러 위조지폐를 사용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4명의 경찰과 함께 출동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던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위조지폐를 사용한 자와 인상착의가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체포하였다. 이 과정에서 데릭 쇼빈은 ‘등 뒤로 수갑이 채워져 있고 비무장 상태의 조지 플로이드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목을 무릎으로 8분 46초 동안 눌렀다. 한편 경찰 알렉산더 쿠엥, 토마스 레인 등 2명은 추가로 달라붙어 플로이드가 전혀 움직일 수 없게 했다. 플로이드는 “저를 죽이지 마세요”, “숨을 못 쉬겠어요”(I can’t breathe)라고 말을 했고, 주위에 있던 시민들은 이와 같은 상황을 보고 경찰에 항의했으나 경찰관 토오 타우는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결국 플로이드는 코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었고, 쇼빈은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은 후에도 2분 53초 동안 목을 눌렀고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플로이드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예비부검결과 조지 플로이드에게 질식 또는 교살을 뒷받침하는 신체적 소견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망 당시 가해진 신체적 압박과 지병이었던 심장 질환, 그리고 확실하지 않지만 혈중 알코올이 겹치면서 사망을 초래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족 측 의뢰로 한 부검에 의하면 플로이드의 사인은 목에 지속적으로 가해진 압박에 의한 질식이고, 부검을 집도한 마이클 베이든 박사는 지병이 사인이 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족에 의하여 고용된 제3자 부검이 이루어졌는데, 부검 결과 사인은 지속적인 압박으로 인한 질식(asphyxiation from sustained pressure)이었다. 따라서 경찰과 유족의 부검 결과가 충돌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헤너핀 카운티 검시관은 6월 1일 정밀 부검 결과 경찰의 제압, 구속, 목 압박에 의해 심폐 정지에 이른 살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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